written by 바잇 카탄 in 성경과 작은 신학.
대한예수교침례회(생명의말씀선교회, 이하 대침)는 자신들이 성경을 잘 알고 또 잘 가르친다고 자부한다. 그래서 그곳에 다니는 신도들 역시 자신들이 성경을 자주 읽으며 성경 지식이 다른 교단에 다니는 신자들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하며 자랑한다.
그런데 신도들의 이런 기대와는 달리 대침에서 유명한 H목사는 기본적인 히브리어 지식이 없이 성경을 독해하는 것 같다. 2023년 1월 9일자 성경강연회 1일 차 설교에서 H목사는, 신명기 10장 14절과 느헤미야 9장 6절의 본문을 가져오면서 "하늘"과 "하늘들"을 구분하고, 이렇게 복수형(plural)으로 성경에 기록된 것은 성경이 하늘이 여러 개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단수형으로 나와 있는 하늘은 지구의 대기권을 의미하며, "하늘들"은 대기권 밖의 우주 공간을 지칭하는 것이라 주장한다. 즉 성경이 현대 과학이 밝혀낸 부분을 과거에 미리 알고 기록했다는 것이다.
또한 스페인어 성경에는 창세기 1장 1절의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의 본문에서 "천(天)"이 복수형으로, 즉 "하늘들"로 나와 있다면서, 영어 성경과 독일어 성경도 복수형으로 나와 있고, 그러므로 "heaven"이 아닌 "heavens"가 맞다고 주장한다. 즉 성경은 처음부터 하늘을 복수로 얘기하고 있으며, 이것은 성경이 현대의 천문학적인 지식을 사전에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필자는 창세기 1장 1절을 말하는 이 대목에서 정말 육성으로 크게 웃었다. 왜냐하면 이것은 H목사가 히브리어 지식이 거의 전무하며 성경을 원어로 독해한 적이 거의 없다는 것을 단편적으로 잘 보여주는 어처구니 없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만약 이 글을 읽는 사람들 중 히브리어로 성경을 독해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내가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알 것이다. 심지어 이것은 히브리어 지식이 아주 깊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창세기 1-2장 본문을 히브리어로 독해해 보고, 해당 단어를 히브리어 사전으로 단 한 번이라도 찾아본 적이 있다면, 즉 기초적인 히브리어 지식이 있다면, H목사와 같은 이상한 오류에 빠질 일은 없을 것이다.
히브리어 "샤마임(שָׁמַ֫יִם)"
대개 이와 같은 오류들이 생겨나는 원인은 "하늘"을 뜻하는 히브리어 "샤마임(שָׁמַ֫יִם)"이 문법상 복수형(plural)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히브리어로 성경을 독해할 일이 없는 일반인들은 이 단어를 보면서 영어의 단수형 복수형과 같은 구분, 즉 "개체가 여러 개 존재"한다는 구분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또한 성경에는 대침 H목사가 제시하는 본문들과 같이 "하늘들"의 복수형으로 번역된 본문들이 존재한다. 그러다 보니 히브리어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이런 것들을 보면서 "하늘"이 여러 개 존재한다는 것의 증거로 여기게 된다.
그런데 히브리어로 성경을 독해하는 사람들은 이것이 아니라는 것을 당연하게 알고 있다. 왜냐하면 성경에서 "하늘"을 뜻하는 명사 "샤마임"은 언제나 복수형 "샤마임"으로 등장하며, 단수형으로는 사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경에 등장하는 "샤마임"은 그냥 "하늘"로 번역하며 굳이 "하늘들"로 번역하지 않는다.
「BDB」는 다른 히브리어 사전들과는 다르게 "샤마임"의 단수형을 추적하여 "샤마이(שָׁמַי)"로 제시한다. 그러나 동시에 성경에서는 이 형태로 사용되지 않으며, 오로지 복수형 "샤마임"의 형태로만 사용된다고 올바르게 지적한다.("only pl. שָׁמַיִם") 1
만약 H목사가 창세기 1장 1절의 스페인어, 영어, 독일어 성경에서 영감 받은 대로 "샤마임"을 복수인 "하늘들"로 번역해야만 한다면, 다음의 본문들 역시 그렇게 번역되어야 할 것이다.
하나님이 궁창을 하늘(샤마임)이라 칭하시니라 저녁이 되며 아침이 되니 이는 둘째 날이니라 (창 1:8)
하나님이 가라사대 물들은 생물로 번성케 하라 땅위 하늘(샤마임)의 궁창에는 새가 날으라 하시고 (창 1:20)
여호와 하나님이 흙으로 각종 들짐승과 공중(샤마임)의 각종 새를 지으시고 아담이 어떻게 이름을 짓나 보시려고 그것들을 그에게로 이끌어 이르시니 아담이 각 생물을 일컫는 바가 곧 그 이름이라 (창 2:19)
과연 H목사는 위의 본문들의 복수형 "샤마임"이 하늘이 대기권 및 우주 등의 여러 개의 하늘들을 갖는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고 해석할 것인가? 아마 아닐 것이다. 성경은 분명하게 하나님께서 궁창(라키아; רָקִיעַ), 즉 지구의 대기권에 해당하는 부분을 복수형 "샤마임"이라고 부른다고 기록하며, 새들이 나는 공간 역시 복수형 "샤마임"으로 기록한다. 그리고 이것들의 올바른 번역은 "하늘"이라고 단수형으로 번역하는 것이다.
"샤마임"이 복수로 쓰이는 이유
그렇다면 왜 히브리어에서는 "하늘"을 표현할 때에 복수 "샤마임"을 사용하고 단수는 사용하지 않는 것일까? 이것은 혹시 H목사의 주장대로 히브리 사람들이 하늘을 여러 개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닐까?
어떤 사람들은 사실 "샤마임"이 엄밀한 의미에서 "복수형"인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오히려 이것은 쌍수형이라고 한다. 본래 히브리어에서 어떤 명사를 복수형으로 만들 때에는 히렉 요드와 멤을 결합시켜 "임"의 형태로 어미를 만든다. 반면에 "샤마임"은 복수형 명사보다는 "쌍수형" 명사에 가까운 형태를 가지고 있는데, 파타와 요드, 히렉 그리고 멤으로 구성된 "아임"의 형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샤마임"은 형태가 쌍수형으로 보일 뿐, 사실은 복수형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TTTCHP: FRC」에서는 "샤마임"의 형태가 명백하게 쌍수형이지만, 이것은 본래 어근의 마지막 문자가 요드(י)이기 때문에 복수형을 만드는 과정에서 이렇게 된 것이라고 설명한다.("apparently dual form, but in fact the yod is the third letter of the root") 「HALOT」에서도 "샤마임"이 형태상 쌍수형일지라도 사실은 복수형이라고 언급한다. 2 따라서 "샤마임"은 문법적으로 복수형인 것은 맞다. ("샤마임"의 요드로 끝나는 어근에 대해서는 위의 「BDB」가 제시한 "샤마이"를 보라.) 3
그러나 이것이 단어 그 자체로 하늘이 복수개의 여러 개라는 것을 함축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특별히 「HALOT」은 "샤마임"을 그것의 형태에도 불구하고 복수형이라고 말하면서, 「게제니우스 히브리어 문법」의 §88d를 보라고 명시한다. 「게제니우스 히브리어 문법」은 "쌍수형"을 설명하는 §88d에서 모양은 쌍수형이지만 사실은 복수형의 형태를 가지는 단어 두 가지, 곧 "샤마임"과 "마임(מַ֫יִם; 물)"을 제시한다. 그러면서 이 단어들에 사용된 복수형은 "확장의 복수형"이라고 말한다. 4
"그러나 본원적인 단수형 may와 šamay"가 존재하고 이들이 확장의 복수형 plural of extension (§ 124 b)이 될 때에..." 5
"샤마임"이나 "마임"과 같은 "확장의 복수형"을 사용하는 용법에 대하여 §124의 (a)에서는 다수의 외면적 구성 부분들이 결합되어 있음을 나타내는 공간적 확장/연장의 복수형이라고 설명한다("plurals of local extension"). 그리고 §124b에서 (a)를 부연설명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6
"(a)의 예 : 공간적 확장의 복수는 일반적으로 장소들을 가리키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평평한 표면들 level surfaces (표면의 복수 the surface-plural)을 지칭하는데, 이러한 표면들에는 무수한 개별 부분들이나 점들이 모여서 전체를 구성한다는 개념이 매우 뚜렷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 예, שָׁמַ֫יִם (§ 88 d) heaven ; מַ֫יִם water..." 7
즉 "샤마임(שָׁמַ֫יִם)"에 사용된 복수형은 하늘이 여러 개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하늘이 넓게 펼쳐져 있는 확장된 공간이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 봐야 한다. "물"을 의미하는 "마임(מַ֫יִם)" 역시 물의 표면이 연이어 확장된다는 점에서 동일하게 생각할 수 있다.
비슷한 것으로는 성경에 자주 등장하는 "파님(פָּנִים)"이 있다. "파님(פָּנִים)"은 "얼굴"을 의미하는 "파네(פָּנֶה)"의 복수형이다. 히브리어 성경을 독해하는 사람이라면 익히 알고 있듯이, 이것은 얼굴이 어떤 방향을 향해 있는 상태를 묘사할 때 사용된다. 보통 얼굴의 표면(surface) 일반을 가리키며, "얼굴들"이라 번역하지 않고 "얼굴"이라고 번역한다. 예를 들어 성경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표현인 "파님 엘 파님(פָּנִים אֶל־פָּנִים)"은 "얼굴들을 향한 얼굴들"이라고 번역해서는 안 되며, "face to face"의 의미, 곧 "서로 마주 보는 것"으로 번역해야 한다. 8 9
이와 마찬가지로, 「HALOT」에서도 "샤마임"은 형태에 있어서 "공간적 확장의 복수형"을 취하고 있다고 명시한다.("plural of spatial extesion") 그러므로 "샤마임"을 여러 가지 하늘들의 존재를 함축한다는 의미에서 "하늘들"이라고 번역해서는 안 된다. 10
그렇다면 창세기 1장 1절의 본문을 번역하면서, 왜 영어 성경 등은 단수인 "heaven"이 아니라 "heavens"로 번역한 것일까? 이것은 영어 단어의 뜻에서 "heaven"과 "heavens"가 구별되어 사용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heaven"은 천국과 하늘을 모두 지칭할 수 있지만 천국을 묘사할 때에 다용되고, "heavens"는 천국보다는 하늘을 지칭할 때에 다용된다고 한다. 「Cambridge Dictionary」 역시 이 둘의 의미를 구분하고 있으며, "heaven"은 종교적인 의미가 강하고 "heavens"는 일반적인 하늘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11 12
그렇다면 NIV나 ASV 등과 같은 영역본에서 "heavens"로 번역한 것은 하늘이 여러 개 있음을 말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 물리적인 하늘을 좀 더 강조하고자 한 의도에서 그렇게 표현했을 것이다. 물론 창세기 1장 1절의 "천지"는 "하늘"과 "땅"이라는 단어를 통해 우주를 포함하여 세계 전체를 포괄하려는 의도가 있기 때문에 무엇으로 번역하는 크게 상관은 없을 테지만 말이다.
그래서 그런 것인지, 영어 성경이 창세기 1장 1절의 "샤마임"을 모두 "heavens"로 번역한 것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KJV의 경우 "heaven"으로 번역하고 있으며, 유대인들의 영역본 성경인 Tanakh에서도 "샤마임의 번역어로 "heaven"을 채택한다.
독일어와 스페인어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지 못하지만, 번역본들에 따라서 단수로 혹은 복수로 번역되는 것으로 보인다. 독일어 번역본 중 루터 번역본은 단수인지 복수인지 명확하지 않고 정관사 없이 다만 "Himmel"로 명시하는 것 같다. 반면 ELB 번역본은 정관사 die를 통해 복수형으로 번역한다. 그런데 SCH1951판은 정관사 den을 통해 단수 남성으로 번역한다. (물론 필자는 독일어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오류가 있을 수 있다.) 미국의 어느 웹사이트에서 독일어의 "Himmel"을 해당 본문에 대해 영어 "heaven" 및 "heavens"와 비교하는 토론을 발견하였는데, 영어 단어와 독일어 단어가 해당 본문에서 대략 비슷한 의미로 사용되는 것으로 보인다.
스페인어 역시 창세기 1장 1절의 본문에서 일관적으로 복수형 번역을 채택하고 있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스페인어 번역본의 경우 BDO1573 판에서는 "los cielos"의 복수형으로 번역했다. 그런데 DHHE, DHHED에서는 "el cielo"의 단수형으로 번역한다.
영어, 독일어, 스페인어에서 어떤 것이 해당 본문을 가장 잘 번역한 것인가에 대해서는 "샤마임"의 의미를 어떻게 특정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왜냐하면 "샤마임" 역시 종교적 의미의 천국이나 물리적 의미의 하늘을 모두 의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을 특정하는 것은 이번 글의 관심사가 아니다. 무엇이 되었든, "샤마임"은 하늘이 여러 개 존재한다는 의미에서 복수형으로 사용된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어떤 언어로 이것을 번역하든 간에, 하늘이 복수로 다양하게 존재한다는 의미로 이것을 번역한다면, 오역이 될 것이다.
"하늘들의 하늘"은 복수의 여러 가지 하늘을 지칭하는가?
지금까지 히브리어 "샤마임"과 그것의 번역에 대해 알아보았다. 이제는 대침의 H목사가 제시한 본문인 신명기 10장 14절과 느헤미야 9장 6절의 "하늘들의 하늘"이라는 히브리어 표현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자.
하늘과 모든 하늘의 하늘과 땅과 그 위의 만물은 본래 네 하나님 여호와께 속한 것이로되 (신 10:14)
오직 주는 여호와시라 하늘과 하늘들의 하늘과 일월 성신과 땅과 땅 위의 만물과 바다와 그 가운데 모든 것을 지으시고 다 보존하시오니 모든 천군이 주께 경배하나이다 (느 9:6)
두 본문에서 사용된 표현인 "하늘들의 하늘"은 히브리어 원문이 "슈메 핫샤마임(שְׁמֵ֨י הַשָּׁמַ֜יִם)"으로 되어 있다. "슈메(שְׁמֵ֨י)"는 "샤마임"의 연계형이다. 즉 이 어구는 "샤마임"과 "샤마임"의 연계형으로 결합되어 있는, 사실상 동어반복인 셈이다. 따라서 "슈메 핫샤마임"은 굳이 직역하자면 "하늘의 하늘"이라고 번역할 수 있을 것이다. 13
이 표현은 H목사가 주장하는 대로 대기권 밖에도 또 다른 하늘이 있다는 의미를 암시하는가? 「HALOT」은 이 표현이 서로 다른 하늘의 수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오히려 이것은 히브리어에서 최상급 표현과 관련이 있다.("does not mean a number of different heavens but is an expression for the superlative.") 그래서 「HALOT」은 이 표현을 특정한 종류의 하늘("specific kinds of שָׁמַ֫יִם"), 이를테면 하나님이 거하시는 천국("his holy heaven")을 표현하는 것들과 같은 범주에 놓는다. 14
「게제니우스 히브리어 문법」은 §131i에서 비교급 및 최상급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연계 상태의 실명사가 같은 낱말의 복수형(이는 당연히 부분을 나타내는 속격으로 이해된다 ; cf. 영어, book of books)을 지배하는 용법도 최상급을 나타내는 우회적 표현에 속한다." 15
예를 들어 출애굽기 26장 33절의 "코데쉬 하카다쉼(קֹ֥דֶשׁ הַקֳּדָשִֽׁים)"은 "거룩한 것"이라는 명사 "코데쉬(קֹ֫דֶשׁ)"의 연계형과 같은 낱말의 복수형인 "하카다쉼" 결합되어 있는 형태이다. 따라서 이것은 최상급의 표현, 곧 "the most holy place"를 의미하며, 개역한글에서는 "지성소"로 번역되었다.
혹자는 신명기 본문에서 "모든 하늘의 하늘과"를 보면, "모든"이라는 표현으로 인해 서로 다른 종류의 하늘들이 존재한다는 것이 증명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신명기 10장 14절의 해당 히브리어 원문에는 "모든"이 없으며, 이것은 개역한글의 번역자가 임의로 추가한 것이다. 본문은 "핫샤마임 우슈메 핫샤마임(הַשָּׁמַ֖יִם וּשְׁמֵ֣י הַשָּׁמָ֑יִם)", 즉 "하늘과 최상의 하늘"로 되어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하늘들의 하늘"이라는 표현은 대기권 밖의 우주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거하시는 천국으로 여기는 것이 가장 바른 해석일 것이다. 이것이 성경에서 해당 본문들의 문맥에도 잘 어울린다.
결론
H목사가 "하늘들"을 가져오면서 성경이 "하늘"을 복수로 언급한다고 말했을 때 나는 가장 먼저 "샤마임(שָׁמַ֫יִם)이 복수-단수가 나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구약성경을 읽으면서 "샤마임"의 단수 형태를 본 기억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샤마임"은 성경에서 오직 복수형인 "샤마임"으로만 사용된다. 그리고 "샤마임"은 굳이 복수형으로 번역하지 않는다.
이것은 히브리어를 배울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장 먼저 접하게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보통 히브리어를 배울 때에 창세기 1장 1절 문장에 나오는 단어들을 비교적 먼저 외우게 되기 때문이다. 그때 "하늘"이나 "천국"이나 "대기"를 의미하는 "샤마임"을 "땅"을 의미하는 "에레쯔(אֶ֫רֶץ)"와 함께 외운다. 그리고 이것이 복수형이기 때문에 "복수"의 의미로 번역해야 한다고 배우지 않는다. 그냥 "하늘"로 배울 뿐이다. 사실 그래서 "샤마임"이나 "마임"이 복수형인 것도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창세기 1장 1절의 "샤마임"을 복수로 번역하는 것이 맞다고, 대기권 밖의 우주를 암시한다고 H목사가 호들갑을 떨었을 때, 나는 정말 폭소하지 않을 수 없었다. 또 "하늘들의 하늘"의 히브리어 원문을 찾아보고 나서도 또다시 큰 소리로 웃었다. H목사가 히브리어를 독해할 능력이 없다는 것이 너무나 선명하게 잘 느껴졌다.
찾아보니 한국어에서도 복수형 접미어가 붙을 때 그 접미어의 복수 의미를 살려서 이해하지 말아야 하는 경우들이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청중들이 박수를 보냈다."는 문장은 문법적으로 문제없이 사용되는 문장이다. 그런데 "청중"은 복수 명사이고, "청중"에 붙은 접미어 "들" 역시 복수 접미어이다. 이때 접미어의 복수 의미를 살려서 이 문장을 이해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 즉 이 문장을 여러 청중들의 집단들이 존재한다고 이해해서는 안 된다. 16
우리가 당연하게 사용하는 표현들이 외국인들에게는 생소하고 이상하게 해석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우리"는 "we/our"이고, "엄마"는 "mom"이다. 그런데 자신의 엄마를 지칭할 때, 영어에서는 "my mom"이라고 할 것이며, "우리 엄마(our mom)"라는 한국식 표현을 미국인들은 이상하게 생각할 것이다. 만약 어떤 미국인이 "우리 엄마"라는 표현에 집중하여 한국인들은 모두 자신들의 어머니를 공유하고 있다고 추론한다면 이것은 부적절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샤마임"이 복수형이기 때문에 여러 다른 하늘들을 말하고 있고, 따라서 대기권 밖의 우주 등을 암시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을 성경 기록자들이 본다면 정말 어처구니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성경에 "하늘"과 "하늘들"의 두 가지 표현이 나눠서 단수 복수로 사용된다는 주장을 나는 창조과학회 홈페이지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에스겔의 곡과 마곡에 대해서 썼던 글에서도 밝혔듯이, 17 대침은 창조과학회의 근거 없는 정보들을 무분별하게 수용하는 특징을 보인다. 특히 대침의 성경강연회(전도집회)의 내용들은 정말 많은 부분에서 창조과학회의 비과학적이고 괴상한 정보와 해석들을 따르고 있다. 그리고 이것이 정말 그러한가 어떤가를 체크해 볼 능력, 이를테면 히브리어 독해 능력과 같은 것들에서 대침의 목사들은 역량이 부족하다. 18
따라서 사실상 대침은 자신들이 스스로 행한 성경 해석을 많이 가지고 있지 않은 셈이다. 대침의 오류들을 따라가다 보면 인터넷에서 발견할 수 있는 찌라시와 같은 정보들이 등장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아니면 80-90년대에 한국 기독교에서 잠깐 유행했다가 사라진 극단적인 해석들도 종종 발견된다. 이런 것들에 대해 반박하는 글을 쓰다 보면, 가끔 현타가 오기도 한다. 너무나 기본적인 것들에서 오류를 범하고, 너무나 간단한 문제도 확인하지 않는다. 대충 인터넷에서 자극적인 것들 위주로 긁어서 비슷한 것을 만들라고 하면 가능할 정도다. 심지어 정말로 인터넷에서 대강 긁어 온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든다.
물론 성경을 해석할 때에 오류를 범할 수도 있다. 히브리어에 대한 독해 능력이 없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대침은 자신들이 성경을 가장 잘 가르친다고 설교한다. 자신들보다 잘 가르치는 곳이 있으면 알려달라고 도전할 정도로 기세 등등 하다. 그렇다면 적어도 자신들이 가르치는 내용에 대해서 정말 근거가 분명하고 성경 원문과 부합하는 것인지 연구해 보는 성의가 있어야 할 것이다. 혹은 자신들의 가르침에서 많은 오류들이 발견되었을 때, 더 이상 자신들이 성경을 가장 잘 가르친다고 주장하는 것을 포기하고, 또 정정하여야 할 것이다.
그런데 아직도 대침의 신도들은 자신들의 목사들이 정말 성경을 잘 알고 잘 가르친다고 착각하고 있다. 그래서 대침 목사들의 설교는 하나님의 말씀을 대언하는 것이고, 자신들은 그 설교에 순종함으로써 하나님께 순종하고 있다고 망상을 한다. 그러면서 대침 목사들이 제공하는 정보나 성경 해석 외에는 볼 가치가 없다는 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한다.
사실 글을 쓰면서 히브리어에 대한 부분을 굳이 말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자꾸 들긴 했다. 왜냐하면 "샤마임"을 어떻게 생각하든 간에 성경에는 "하늘들의 하늘"이 과학이 밝혀낸 우주 공간이라는 말이 전혀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성경 구절이 있다면 내게 제시해 주길 바란다) 이것은 오로지 "하늘들의 하늘"을 자의적으로 해석한 결과일 뿐이다. 그런데 대침 신도들은 대개 목회자들의 근거 없는 자의적 "성경 해석"을 실제 "성경 본문"의 내용으로 둔갑시켜 머리에 각인한다. 그래서 대침 분들은 목회자가 설교에서 언급하는 내용들이 정말 성경 본문 안에 있다고 기억한다. 물론 막상 확실하게 그것을 증명하는 구절을 요구하면 아무도 제시하지 못하지만 말이다.
모쪼록 대침이 성경을 가장 잘 가르친다고 생각하는 분들에게 이 글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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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שָׁמַי] n.m. only pl. שָׁמַיִם heavens, sky — 1. a. visible heavens, sky, where stars, etc., are, hence"
Richard Whitaker기타, The Abridged Brown-Driver-Briggs Hebrew-English Lexicon of the Old Testament: from A Hebrew and English Lexicon of the Old Testament by Francis Brown, S.R. Driver and Charles Briggs, based on the lexicon of Wilhelm Gesenius (Boston; New York: Houghton, Mifflin and Company, 1906). [본문으로] - A. A. Macintosh & C. L. Engle, The T&T Clark Hebrew Primer: For Revision and Consolidation (London; New York; New Delhi; Sydney: Bloomsbury, 2014), 82. [본문으로]
- L. Koehler & W. Baumgartner, THE HEBREW AND ARAMAIC LEXICON OF THE OLD TESTAMENT STUDY EDITION VOLUME II, trans. ed. M. E. J. Richardson, BRILL, 2001, p. 1560.
[본문으로] - Ibid. [본문으로]
- W. Gesenius & E. Kautzsch, 「게제니우스 히브리어 문법」, trans. Yun Su Sin, Biblica Academia, 2018, p. 375. [본문으로]
- Ibid., p. 592. [본문으로]
- Ibid. [본문으로]
- Ibid. [본문으로]
- "[פָּנֶה], pl. פָּנִים n.m.f. face, also faces (as turned toward one) — I. 1. face, faces a. lit., of man; pale (from alarm), flushed; tearful; sad; covered with shame, whence fig. of confusion, discomfiture. b. of ˊי. c. פָּנִים אֶל־פָּנִים face to face, of seeing (God), knowing, judging, speaking; נִתְרָאֶה פָנִים see each other (in the) face = meet each other in battle."
The Abridged Brown-Driver-Briggs Hebrew-English Lexicon of the Old Testament: from A Hebrew and English Lexicon of the Old Testament by Francis Brown, S.R. Driver and Charles Briggs, based on the lexicon of Wilhelm Gesenius (Boston; New York: Houghton, Mifflin and Company, 1906). [본문으로] - L. Koehler & W. Baumgartner, op. cit., p. 1560. [본문으로]
- https://www.quora.com/What-is-the-difference-between-heaven-and-heavens
- https://dictionary.cambridge.org/ko/%EC%82%AC%EC%A0%84/%EC%98%81%EC%96%B4/heaven
https://dictionary.cambridge.org/ko/%EC%82%AC%EC%A0%84/%EC%98%81%EC%96%B4/heavens
- 물론 H목사의 방식대로 굳이 복수형을 살려야 한다면 "하늘들의 하늘들"이 되겠지만 적절한 번역은 아님을 위에서 설명하였다. [본문으로]
- L. Koehler & W. Baumgartner, op. cit., p. 1561. [본문으로]
- W. Gesenius & E. Kautzsch, op. cit., p. 643. [본문으로]
- https://s-space.snu.ac.kr/bitstream/10371/86491/1/2.%202223386.pdf [본문으로]
- https://creation.kr/Cosmos/?idx=14919040&bmod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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